2004년 10월 15일

강봉규 `문화의달 큰잔치' 추진위원장

문화가 밥 먹여 주느냐며 핀잔주던 시대가 있었다. 즉 문화가 재화 획득에 주소득원이지 못 하던 때에 문화예술에 대해 이 같이 폄하하며 내동댕이쳤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문화가 그 나라의 핵심 산업 정책 기반인 시대가 되었다. 성공한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참 많은 변화가 물결쳤던 것이다.
실제로 이 시점에서 문화를 내걸지 않는 고을이 없고 나라가 없다. 너도 나도 “쓸 만한 문화 잡기”로 예술 생산과 그것을 소비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문화를 생산이나 소비자라는 경제 용어로 마구 치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문화는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철학이나 수사학, 논리학 등 인문학의 범주와 예술 전반을 포괄하는 존재론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이유는 그 고유한 영역에 대한 존엄성이 절대적으로 인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화 영역만큼 변화 속도가 빠른 곳도 드물다. 대중문화와 순수문화의 뒤섞임은 물론이고 장르 간 호환은 더욱 세차다. 문화란 논리나 이념이 아니라 현상이라고 보는 이론가들의 주장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문화 현상이 근거 없이 뿌리째 흔들리거나 왜곡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현상으로 판단하는 일에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문화라는 말은 인류의 이상을 실현해 가는 정신의 활동을 뜻하는 경우와 생활양식을 총칭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문화의 달을 맞아 `2004 문화의 달 큰 잔치'를 광주에서 갖게 됨은 그 무엇에도 우선할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
광주라는 지역이 갖는 문화도시의 중요성은 광주가 문화도시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문화수도 선포식과 광주비엔날레, 국제영화제, 김치축제, 임방울국악제 등과 같은 여러 문화행사들에서 알 수 있다.
광주는 참으로 많은 문화행사로 하루하루가 너무도 풍성하다. 가을걷이가 행복한 농부처럼 `문화'라는 곡식의 낱알을 탈곡하며 광주는 문화수도에의 대장정을 향해해 가고 있다. 문화수도는 문화정신에 기반한 문화수도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문화수도는 훌륭한 문화기반시설을 갖춤으로써만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의식과 문화정신에 기초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문화수도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
광주가 문화수도이어야 하는 이유는 광주는 문화수도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즉 풍부한 문화적 자원과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전통 그리고 지금도 계승되고 있는 문화행사의 활성화 및 광주시민이 갖는 특유의 기질인 문화예술을 실현하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화를 언덕삼고 바탕삼아 큰 도약과 전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주에서의 문화의 달 큰 잔치는 지난날의 구태를 벗고 보다 생신한 문화예술을 작량하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광주의 머리 위에는 영예로운 문화수도의 왕관이 씌여 있다. 이제 광주에서의 문화수도는 선택적 용어가 아닌 필연적, 당위적 용어여야 한다. 광주를 두고 문화중심도시, 문화도시, 문화거점도시 등 그 어떤 것도 병용될 수 있지만 문화수도가 전제될 때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수도 광주는 지금 미래 문화의 창조를 향한 의욕이 넘쳐나고 있다. 광주는 이 나라만이 아닌 지구촌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의 메카이자, 자존심이자, 문화의 가치를 절정에 세우는 일로 하나가 되어 나아가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 광주를 젖과 꿀이 흐르는 복락의 꽃밭으로 가꾸는 일로서, `2004 문화의 달 큰 잔치'에서도 새삼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