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首都)? ‘행정수도’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문화수도’는 영 낯설다.

최근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 단장에 임명된 이영진씨(48)는 “문화수도는 문화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진원지”라고 규정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가 유럽문화를 주도하는 유럽의 ‘문화수도’다. 파리가 유럽의 문화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2차대전 뒤였다. 프랑스는 전후 영국과 중부유럽에 맞서는 국가발전전략으로 문화를 선택했고 그 전략기지로 퐁피두센터를 지었다. 그 뒤 관광·컨벤션·영화산업의 핵심도시로 떠올랐다. 이단장은 ‘메이드 인 프랑스’의 제품 경쟁력도 바로 거기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문화중심도시 조성은 정부의 20년 계획 프로젝트. 정부는 먼저 예향 광주를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로 육성, 이를 통해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위원장 송기숙)를 출범시켰다.


이단장은 “광주는 정치적 억압, 정체성 파괴, 거대도시화에 따른 환경파괴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곳”이라며 광주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첫 대상이 된 이유를 밝혔다.


-문화중심도시를 왜 조성하는가.


“우리나라는 압축된 근대화, 도시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난개발,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정신과 정체성마저 잃었다. 이젠 경제적 측면만 강조해온 도시화에 대해 반성할 때다. 그 대안이 문화·환경중심도시이다.”


-추상적인 개념인 문화를 어떻게 도시개발에 적용할 수가 있는가.


“문화도시는 행정도시처럼 뚝딱뚝딱 건설하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문화는 사람이 먹고 사는 모든 생활방식이다.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옮겨 심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제적 타당성을 주로 따졌던 나라의 개발전략은 수정돼야 한다. 생태와 환경, 문화가 그 중심에 놓여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는 문화도 충분히 경제성을 획득할 수가 있다.”


-문화중심도시는 전국적으로 어디에 조성되는가.


“문화중심도시는 지역별로 테마를 가지고 조성된다. 경주는 문화역사, 부산은 영상문화, 강원도는 환경과 관광이 테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광주문화중심도시는 어떻게 조성되는가.


“우선 광주 도심에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한다. 7만7천평 정도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5천억원이 들어갈 문화전당엔 아시아문화 교류·연구·교육센터가 자리잡는다. 공연장과 방송국, 박물관, 도서관, 콘서트홀, 영화관 등도 갖추게 된다. 광주 전역은 문화도시에 맞게 언어, 교육, 복지체계를 리모델링하게 된다. 도시를 뜯어고친다는 뜻은 아니다. 주민들의 문화행위가 저절로 일어날 수 있도록 광주의 공간과 시간을 활용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광주문화중심도시는 광양을 비롯한 서남해권 문화벨트의 중심도시가 될 것이다. 또한 광주 사업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새로 들어설 행정수도 문화토대 조성의 바탕이 될 것이다.”


이단장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문화도시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경제가 급속히 발전했어도 우리는 행복하지 않았다”며 “이는 문화를 비경제적이라고 해서 도외시해 온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와 생산도 이젠 양이 아니라 질이고 브랜드”라며 “문화가 아니면 그런 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단장은 ‘5월시’ 동인 출신의 시인으로 1998년 민예총문예정책연구소장을 지냈으며 언론사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관광부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일해왔다.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은 3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내 국립문화재연구소 건물에서 현판식을 치렀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