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3대법안 통과로 프로젝트 활기::) 광주광역시에 ‘문화수도’를 조성하기 위 한 국책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해말 지방분 권 관련 3대 법안의 국회통과로 참여정부의 ‘분권화 프로젝트’ 가 탄력을 받게 되면서 광주 문화수도 조성사업도 활기를 띠게된 것이다.
다음달초 사업의 근거가 될 대통령령이 공포되면 추진기구들도 속속 출범할 예정이다. 아직 ‘문화수도’ 개념 자체가 확립되지 않은데다 어떤 그릇에 어떤 내용물을 채울 것인지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방분권시대의 신호탄이 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 에서 광주시민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광주 문화수도’가 조성되면 한국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집행하는 곳이 광주가 된다. 광주시는 문화관광부와 산하 기관 및 연구소의 광주 이전까지도 건의해놓고 있다. 정부가 만 약 건의안을 받아들인다면 중앙의 한 부처가 따로 떨어져나와 지 방에 터를 잡고 집무하는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광주를 아시아문화의 중심도 시, 아시아문화의 르네상스를 견인하는 도시로 육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예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광 주 시민들의 기대감은 이런 점에서 각별하다. 지방분권 관련 3대 특별법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이달초 공포된 터라 더욱 그렇다.

김종(55·시인) 국제펜클럽 광주시회장은 “‘문화수도’는 문화 로 먹고 사는, 말하자면 문화가 쌀독이 되는 시대를 예고한다” 며 “그런 점에서 ‘문화수도’는 지난 수십년간 정치적으로 소 외돼온 이 지역에 하나의 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위기 를 전했다. 그는 다만 “내용물을 얼마나 알차게 채우느냐가 관 건”이라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약속대로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여동안 광주지역에서 문화수도 조성방향과 관련한 토론 회가 4~5차례나 열린 것도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문화독점주의와 패권주의를 경계하면서 광주의 정체성을 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문화는 다양성 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다른 도시와 아시아의 문화를 끌어들이 고 융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설연휴동안 친척,친지들끼리 만난 자리에서도 단연 화제의 중심 은 문화수도였다.

정부가 마련한 ‘문화수도’의 밑그림도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말 문화관광부가 수립한 정부안에 따르면 프랑스 퐁 피두센터를 능가하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는 등 올해부 터 2023년까지 광주에 2조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50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 2005년 8월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같은해 9월 착공해 2010년 5월 준공 한다는 세부일정이 잡혔다. 예술의 전당이 1540억원, 국립중앙박 물관이 4000억여원의 예산으로 지어진 점은 이 시설의 규모를 짐 작케 한다. 주요 하드·소프트웨어로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설 치, 국립극장 건립, 역사박물관 건립, 예술창작단지 조성, 문화 지구 지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분교 설치, 국립국악원 설치 등이 포함됐다.

문화관광부와 광주시는 올해부터 이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올 한해동안 문화수도와 관련해 광주 에 투자되는 국비는 모두 100억원. 문화수도 육성을 위한 기초환 경 조성에 60억원(시비 20억원 별도),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계획 수립과 지원에 40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추진기구들도 대통령령인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규정 ’이 다음달 6일쯤 공포되는 대로 출범하게 된다.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는 ‘문화수도’조성사업의 최고 의결·집행기구로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당연직 위원은 재경부장관, 국무조정 실장 등 13명이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위촉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무총리급인 위원장 후보로 송기숙(68) 전남대 명예교수 등 2 ~3명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성위원회 산하 기구인 실무위원회와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추진 기획단(문화관광부), 문화수도 육성 추진지원단(광주시)도 앞으 로 1~3개월안에 조직구성을 마치는 대로 가동에 들어간다.

또 광주시는 정부안에 포함시킬 시 차원의 후속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이달초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문화수도 육성 기초조 사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오는 8월 결과를 보고받을 계획이다.

시가 개략적으로 구상중인 후속과제는 5개 분야의 20개 사업으로 이 가운데 인력양성분야의 문화예술아카데미, 교육문화엑스포, 문화교육 견본지구 운영 등이 눈길을 끄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문화수도 조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총사업비 2조원 가운데 5000억원은 지방비, 5000억원은 민자로 충당토록 돼있어 열악한 지방재정 극복과 원활한 투자유 치가 선결요건이다. 또 20년간의 장기 프로젝트가 중도에 맥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광주시의회 최영호(40) 운영위원장은 “단일사업을 이처럼 장기 계획으로 추진할 경우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며 “문화관광부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과 공조 해 보다 현실성 있는 예산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