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원장(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또 한해가 저물고 을유년 새해가 다가온다. 올해는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두 해째로 모두다 여유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예년보다 훨씬 더 힘든 해를 보냈다. 참여정부들어 많은 참신한 정책들이 세워졌다. 그중에서도 ‘국가균형발전’과 ‘문화중심도시조성’은 광주·전남의 희망을 일깨우는 것들이었다. 특히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우리에겐 ‘문화수도’로 부각되면서, 개발과 산업화과정에서 항상 차별을 받아 뒤쳐진 경제적인 역량을 만회할 명분으로 기대를 모았다. 더하여 잘 보존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브랜드인 ‘의향, 예향, 미향’이 잘 어우러져 지역민의 삶의 질과 자긍심이 한껏 높아질 것이란 기대로 고무됐다.
그 염원의 중심에 ‘문화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불과 3년 남짓한 기간에 우리지역에서도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계 각국은 문화산업을 차세대성장을 이끌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 사활을 건 경쟁을 시작했다. 세계 문화산업 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선진국은 그 시장을 더욱 신장시키기 위해, 한국 같은 나라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한 산업으로, 개발도상국은 일거에 경제를 선진형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까지 ‘세계 문화산업 5대강국’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육성을 시작했다. 나라의 정책 방향에 맞춰 각 지자체도 문화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차별화된 지역별 핵심전략산업을 주문하고 있는 중앙정부는 각 지역이 영상, 게임, 모바일, 애니메이션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중복 선택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결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의지와 준비사항을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는 철저히 지방의 대응투자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또 예산에 대한 재량권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전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하게 했다.
이러한 원칙은 지방재정이 열악한 광주·전남에는 매우 불리하다. 그러나 유한한 예산으로 기존사업과 신규사업에 예산을 할당해야하는 정부로서는 대안이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 지역에서의 리더십이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안에 대한 투자를 희생하여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앞선 예측과 확신을 바탕으로 지역민을 설득하고 미래의 희망과 씨앗을 뿌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지역은 문화산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문화수도’란 우월한 명분과 입지를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지역보다 양과 질이 앞선 인력이 있다. 문화 예술에 대한 우월적 환경과 잠재력, 소양을 인정받고 있다. 다른 산업으로 경제적인 역량을 키울 대안이 없다. 빛과 색채를 기본으로 하는 미술은 첨단 문화산업의 핵심요소인 영상의 기초가 되며, 소리·춤·놀이의 전통문화는 문화산업을 풍부히 하는 핵심요소들이다. 여기에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컴퓨터 테크놀로지와 시스템을 익히고 창조적 기획력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광주·전남은 ‘대한민국의 선도 문화산업클러스터’가 돼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는 문화산업의 역량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지역의 의지와 역량과 결합되면서 광주·전남의 경쟁력으로 옮겨올 수 있다. 컴퓨터로 영상을 창작하는 컴퓨터형성영상사업과 고화질 텔레비전의 콘텐츠 제작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한류’를 지역화 하면서 음악산업 클러스터가 되기 위한 노력들을 본격화해야 한다.
이제 새해에는 다른 지역보다 앞서 뿌린 문화산업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착실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