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칼럼)/전일시론/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제언




김 하 림<조선대 교수^광주^전남 문화연대 상임대표〉



 광주문화수도 조성의 핵심사업은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이다. 현재 예정돼 있는 국비 1조원 중 절반인 5000억이 투입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전당'의 건립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완성된 계획안이나 합의된 컨셉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문광부 산하의 추진기획단에서 몇차례 기본구상을 발표했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전당에 관해서 첫째로는 그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가 명확해져야 한다. 현재 추진기획단이 발표한 구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역에는 팽배해 있다. 적어도 5000억이 투입되는 전당에 관해서는 `A, B, C'의 세 종류 이상의 안은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의 안을 A라고 한다면, 새로운 산업분야이자 선진 각국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적극 투자하고 있는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의 낙후된 현실을 극복하는 B안, 문화창작과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C안 정도는 발표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안의 장단점을 토론하고, 지역의 현실과 미래, 한국사회의 전망 등을 고려하는 `종합적 안'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러하지 못하다.

 둘째로 `전당'의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도심에 치중할 경우 부지매입 비용이 과다하고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도심공동화를 해결하고 도청 이전에 따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시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도심에 5만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구상과 설계의 문제도 있으며, 협소할 경우 `민자유치'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시내권의 대학을 이전하고 그 캠퍼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극단적이며 신선한 발상이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복합문화센터'가 지니고 있는 이중적 성격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퐁피두센터'와 같은 복합문화센터를 통해 도시발전을 도모하는 기획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20세기 후반에 시도되었다. 복합문화센터는 내적으로는 문화예술의 각 장르별 접근에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즉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이 별개로 있는 것 보다 함께 결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복합'이 요구되었다.

 외적으로는 도시의 문화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광과 문화산업창조체로서 복합문화센터가 중시되었다. 또한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향후 첨단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러자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는 `휴먼 웨어'가 중요해졌고, 이러한 `고급휴먼웨어'는 도시가 어느 정도의 뛰어난 문화적, 교육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가에 따라 선호가 결정된다는 점도 중시되었다. 즉 도시의 `어매니티'가 `인력 유치'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포털 싸이트 `Daum'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 우리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복합문화센터의 내적 차원과 외적 차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전망이 `아시아문화전당'에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광주에 세워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획이 결코 시대를 앞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합문화센터가 어떤 가치지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혹은 어떤 정신을 추구하느냐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법이나 제도보다 우위에 있는 사회규범과 정신문화가 우월하고 강고해야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고 이 문화인프라가 다시 질높은 국민과 질 높은 사회체제, 공공서비스, 질높은 사회간접자본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서 문화적 차이성과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타문화에 대한 소통과 교류가 가능해지고 설득과 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해외의 복합문화센터들도 모두 자신들의 독특한 가치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퐁피두센터의 `모든 사람을 위한 문화'라는 기본 정신, 스미스소니언의 `인간과 자연의 상생과 화해를 통한 인류사회의 공존' 추구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런 점들이 깊이있게 논의되고 시민적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는 작업이 속히 이루어져서 21세기, 22세기를 선도하는 복합문화센터가 광주에 세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