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칼럼)/편집인칼럼/희망을 点火시키자


임 원 식〈본사 사장.문학박사〉



 광주문화수도 원년이 선포됐다. 지난 10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 노 무현 대통령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원년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로써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인 된 셈이다.

 그동안 광주문화수도조성사업을 둘러싸고 석연찮은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부산, 전주, 경주 등 웬만한 도시들이 앞다퉈 `문화수도'라는 이름을 사용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날 노대통령이 직접 광주에서 “광주는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마르지 않는 샘으로 문화수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함으로써 그같은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지역간 갈등 및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한 국가적 정책 추진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로 그같은 뜻에 기초한,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시도된 실험적인 문화프로젝트인 것이다. 문화도시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상태다. 프랑스 파리, 독일의 프라이버크, 호주의 페쓰, 일본의 구마모토시가 대표적인 그 나라의 문화수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록 뒤늦었지만 문화^예술의 도시이자 민주성지인 광주를 그같은 세계규모의 문화수도로 만들어야 된다는 당위성을 지니고 이 사업이 추진 돼 왔다. 올해를 기점으로하여 오는 2023년까지 총 2조원을 들여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5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리라 여겨지는 핵심사업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미 조성부지가 확정됐다. 전남도의회, 양영학원을 포함하여 그 일대 2만4589평을 사들여 문화전당을 짓기로 한 것이다. 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교류와 문화연구및 문화사업, 교육문화 등의 핵심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외에도 문화예술 아카데미 운영, 문화프로젝트 제작, 아시아문화 콘텐츠 개발과 디지털화작업 등 문화도시 조성 기본과제도 포함돼 추진한다. 광주문화수도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뤄진다면 광주는 문화를 통하여 새롭게 성장시켜나가는 문화발전소 역할을 하게 된다.

 문화사업은 필연적으로 관광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광주문화수도와 전남도의 J프로젝트를 연계시킬 방침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수도원년 선포식에 참석하기위해 광주에 온 정동채 문광부장관과 정찬용 청와대인사수석은 이날 언론사 사장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을 확인했다. 그들은 `중국이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외자를 유치한다 해도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외국자본이 선뜻 응하지 못하리라'고 전망하면서 `광주문화수도와 해남^영암 인근에 조성될 계획인 전남도의 J프로젝트는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곳의 간척지의 경우 농업기반공사에서 출자하는 형식으로 토지를 제공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J프로젝트는 추진된다고 확신했다.

 물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사안이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이같은 사업을 광주^전남이 먼저 합심해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그래야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그 속 뜻을 음미해야 된다. 중앙정부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먼저 지역민들이 합심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문화와 관광자원은 21세기의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은지 오래 됐다. 공해 없는 산업이자 제조업보다도 고용창출의 효과 더 큰 고부가가치산업인 때문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대부분 그들의 조상들이 지어놓은 건물 등이 유적으로 남아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어 부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때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로 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이제는 관광 패턴도 달라졌다. 정적(靜的)인 것보다는 동적(動的)인 관광, 체험관광으로 바뀌는 추세다. 따라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에서 외국인들을 사로잡을 만한 관광자원을 개발 하지 않을 경우 우리 후손들마저 관광자원의 빈약으로 외국과 뒤떨어지는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광주가 문화^예술의 도시이고 민주성지라는 이름으로 만족하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성숙된 문화 도시의 실체를 구현해나가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가 됐다. 그리하여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광주^전남태생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우리지역을 관광의 낙원으로 가꿔야 한다.

 그같은 희망을 문화수도 원년에 우리의 가슴에 새기며 남도민의 저력을 한 데 모으는 슬기를 발휘했으면 한다.